# 세상만사-김태회

세상을 나의 눈과 생각으로 말하다

# 추모공간이란...

[![pk사이버사당.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2/scaled-1680-/pk.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2/pk.png)

추모공간이란 “2019년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죽은 자를 매개체로 하는 산 자들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용어 또한 사체를 매장하거니 화장하는 장소를 지칭하는 말에서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과거 죽은 이들의 생애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종의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의 중개적 공간으로, 통곡의 장소이기보다는 여유의 장소로써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추모공간은 **거시적**으로 보면 충혼탑, 국립묘지와 같은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거나,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 등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공공시설 등도 있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우리의 선조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묻혀있는 개인 또는 공원묘지 등이 있다. 어찌 보면 추모공원이란 범국가적 의미와 더불어 일상적 공간으로의 의미도 지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 Memorial Space, 엄준식 경상국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프랑스 건축사가 쓴 2021년 7월호 서울건축사신문 참조)

사전에 祠堂(사당)이란 조상의 神主(신주)를 모셔 놓은 집을 가리킨다. 家廟(가묘:한 집안의 사당), 사당 집, 祠宇(사우)도 비슷한 뜻이다.

왜 이 말을 유별나게 꺼냈냐 하면 다른 것은 제외하고 묘소, 봉안시설과 같은 일상적인 실재의 추모공간을 아무리 크게 수없이 써도 티가 안 나는 사이버(Siber)공간으로 이동하여 공간을 확보·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름 하여 ‘사이버 사당(더 좋은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이라는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오래도록 이어져오던 전통적인 매장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90%가 넘는 화장으로 바뀌면서 자연장과 납골 봉안 등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이 죽어서 하늘의 별이 된다.’는 기대로 ‘우주장’까지 거론되면서 극히 일부에서 이행되고 있다. 여기서는 고인이 돌아가셨을 때 어떻게 모실 것인가는 거론치 않고 추모공간과 형식에 대하여만 말하고자 한다.

우리는 제사 때 조상이 집으로 찾아온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제사상 뒤 병풍에 神位(신위)를 써서 모시거나 신위함에 넣어 모신다. 또한 어르신들은 조상님이 오신다고 불을 훤히 밝히고 대문을 꼭 열어놓으셨다.

요즘은 고인에 대한 추모의 형식이 간소화 하는 등 천태만상이다. 그 중 하나가 기제사를 지내는 대신 봄이나 가을에 날짜를 정하여 자손들이 모여 추모한 후 음식을 나누면서 안부를 주고받는 형식을 취하는 집안이 많아졌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의 경우는 여행을 가서 현지에서 나름대로 추모하기도 한다. 어떤 분들은 외국 등 여행지에서 제사를 지내면서 ‘조상님이 어떻게 찾아오시냐?’고 물으면 ‘귀신 같이 찾아오시니 염려 말라’고 우스개를 하는 여유도 갖는다.

필자가 고향이라고 찾는 곳은 ‘내 고향 용상골’이라는 글에서 쓴 것과 같이 파주시 월롱면 용상골이다. 거기에는 장자인 형님(89세)댁과 나의 사촌 형님(92세)댁이 있고, 조상 산소가 선산에 5대조까지 모셔져 있다. 사촌 형님이 종손이니 종손 댁에서 제사도 차례도 지내왔다. 그런데 제사는 고조부, 고조모,증조부, 증조모, 조부, 조모, 부(백부), 모(백모) 이렇게 지내다가 언젠가부터 고조부+고조모, 증조부+증조모, 조부+조모, 부+모(백부+백모) 이렇게 합해서 지내기 시작하더니 그 휫수를 확 줄이고 최근에는 명절 차례마저 지내지 않고 있다. 조부의 둘째 자식인 내 부모에 대한 제사도 올해부터는 슬그머니 부와 모를 합쳐서 아버지 기일에 지낸다. 이는 대부분 여성들의 불만 때문으로 알고 있다. 사실 종가 댁은 제사 날이 많다. 그래서 조상을 모시라고 그에 상당한 재산을 종가에 주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일리 있는 물음이다.

벌초하는 걸 보면 5대조 아래 자손들이 모여 행하여야 하는데 종손 자손 둘과 방계 자손 중 서너 명이 하고 있어 어떤 때는 어느 산소는 산소와 관련한 직계 자손이 오지 않아 그대로 방치할 때도 있다. 물론 다른 날 그 자손이 와서 벌초를 한다. 모양새가 좋을 리 없다.

지난 10월 12일은 바로 아버지 기일이자 어머니 기일이 되는 날이다. 아내는 제사 음식을 장만하느라 큰집에 먼저 들어가고 나는 저녁에 들어갔다. 정해진 제례시간은 없다. 과거에는 자정이 되어서야 지내다가 직장생활 하는 자손들을 위하여 초저녁에 지내고 저녁을 먹은 후 서둘러 헤어지곤 했다. 지난 번 손녀가 자기의 뿌리에 대하여 물은 적이 있어 제사에 관한 여러 가지 기본 사항과 씨족계보도를 정리하여 그걸 가지고 들어가 제사에 참여했다. 그런데 내 큰아들과 제 아들(손자)이 오지 않았다. 마음이 언짢지 않을 수 없었다. 제례에 참석해야 하는 직계자손이라야 남성만 참석하더라도 11명이어야 하는데 고인의 4형제 중 3형제와 손 2명으로 5명이 전부다. 그 정도면 괜찮은가 조촐한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것 이하였다.

> 維
> 
> 歲次 甲辰九月庚子朔十一日庚戌 孝子ㅇㅇ
> 
> 敢昭告于
> 
> 顯考學生 歲序遷易 諱日復臨 追遠感時 昊天罔極
> 
> 謹以 淸酌庶羞 恭伸 奠獻 尙
> 
> 饗

이렇게만 써 놓으면 뜻은 고사하고 겨우 읽을까 말까한다. 그래서 뜻도 번역해 본다.

> 세월이 흘러
> 
> 갑진년 9월 11일 경술일에 아들 ㅇㅇ는
> 
> 부모님께 삼가 고합니다.
> 
> 해가 바뀌고 돌아가신 날이 다가오니 지난 옛일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 
> 어버이의 은혜가 하늘보다 높나이다.
> 
> 삼가 약주와 여러 가지 음식을 정성껏 차렸아오니
> 
> 약소하나마 기꺼이 받아주옵소서.

사실 필자는 제사를 지낼 때마다 위와 같은 축문을 수 없이 반복하여 읽고 수도 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뜻을 곰곰 따져보지도 않았다. 그냥 음식과 술을 마련했으니 흠향하시라는 뜻으로만 여겨왔다. 이런 걸 할머니가 계신 어릴 때(할아버지는 뵙지 못함)부터 들어왔고, 손자가 있는 지금까지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지방(紙榜: 종잇조각에 지방문을 써서 만든 神主(신주))도 마찬가지다.

지난 제사에도 또 반복했다. 나는 축관(축을 읽는 사람)이 되어 독축(축을 읽음)을 해 온 사람도 이럴진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얼 알겠는가. 더욱이 요즘 젊은이들은 거의 모를 것이다. 그러니 이건 이미 우리의 언어가 아니다. 과연 이렇게 지속하는 게 괜찮은 건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제사에 큰 아들과 손자가 오지 않았다고 기분이 나빴던 것도, 작은 아들이 절 꾸벅하고 저녁도 먹지 않고 그냥 삥 하니 제 볼일 보러 가버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벌써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음복주 한 잔하고 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되짚어본다. 금융거래에 있어 현금, 카드, 온라인송금, Q코드 결제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이 있듯 나름대로 축문을 짓든 시를 지어 바치든 누구나 알기 쉬운 방법을 택하여 추모하면 그만이 아닐까. 불콰한 김에 이제는 방향을 확 바꿔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나만 이런 제례행위를 하고 있는 건가? 아닌가?

필자의 선산은 월롱산 자락의 끝 쪽으로 마을과 인접해 있고 최근에는 솥우물에서부터 등산로를 개설하여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선산이라고는 하지만 사촌 형님 개인 명의로 있다가 그 아들인 종질 앞으로 이전 등기가 되어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선산에는 5대조와 그의 아래 자손이 세 군데로 나뉘어져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묘지를 한 군데로 옮겨 조성해야겠다고 하여 불협화음이 일었던 적이 있다. 아마 어느 업자가 전원주택지로 적격이어서 자꾸 꼬드기는 모양이다. 선산이지만 개인 명의로 있으니 관계없다고 여겼던 것 같다. 자손들의 행태들에 조상님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 이런 글도 써 봤다.

> ## 선산
> 
> 내가 마련한 땅
> 
> 한 뼘 귀퉁이에 편히 쉬고자 하나
> 
> 스스로 애도 쓰지 않은 너희들이
> 
> 선잠마저 깨우는구나!

그래서 제사 등 조상숭배라고 할까 추모의 공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전통 유교적 제례방식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본다. 제사나 차례라는 명분으로 친척이 만나 음식을 나누면서 고인을 추모도 하고 산 자들의 안부를 교환하는 자리를 갖는 것은 우리의 순기능적 문화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유교적 제례방식이 너무 형식적이고 불합리한 점들이 많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현재를 사는 사람들도 조상을 모시는데 의무감으로 어깨가 짓눌리는 느낌을 갖지 않고 장례 추모양식을 거부감 없이 바꾸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사이버 사당(하늘 공간)을 개설하여 추모공간을 확보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공간설계, 활용방법, 관리 등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꾸미고 활용하면 된다. 이 공간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자와 협의하여 이행해야겠지만 현대인에게 맞는 경제적, 시간적 측면 등에서 훨씬 자유롭고 유연한 공간이 될 것이다. 운영자 측에서는 공간설계나 활용방법 등의 다양한 모형을 제시하는 등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함은 당연하다. 공간설계시 제단(왕좌, 꽃, 구름 등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을 주기적으로 바꾸어 주는 등 유연한 운영방식도 있을 수 있다. 공간설계, 활용방법과 함께 추모제 미리 알리기 등도 소홀히 해서는 알 될 사항이다.

물론 이와 같은 추모공간이 아닌 기존의 묘소나 여러 가지 봉안시설, 충혼탑 등에서 추모하는 것은 그대로의 의미가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이며, 이와 함께 우주장과 사이버 사당과 같은 추모 시스템이 연결된 새로운 모형이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 유치 애도문

### 조치문 弔齒文

**김태회 파주작가**

[![kth조치문.jp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4/scaled-1680-/kth.jp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4/kth.jpg)

어릴 적

이가 흔들린다<span lang="EN-US">. </span>점점 더 흔들린다<span lang="EN-US">.</span>

어떤 이는 자고 일어나니까 빠졌다<span lang="EN-US">. </span>밥을 먹다가도 빠졌다<span lang="EN-US">.</span>

어떤 이는 빠지지 않아 괴로웠다<span lang="EN-US">. </span>밥을 먹을 땐 아프고 걸리적거렸다<span lang="EN-US">.</span>

아저씨가 비료포대 실로 아픈 이 둘레를 칭칭 동여맸다<span lang="EN-US">.</span>

나한테 <span lang="EN-US">‘</span>저기 가재울 등성이에 뭐가 보인다<span lang="EN-US">.’</span>하고는 눈길을 거기로 준다<span lang="EN-US">.</span>

나는 거길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찰라

아저씨는 <span lang="EN-US">‘</span>확<span lang="EN-US">’ </span>실을 잡아당겼다<span lang="EN-US">.</span>

흔들리던 이가 빠졌다<span lang="EN-US">.</span>

순간적으로 빠진 이 자리가 아프고 피가 나니까 <span lang="EN-US">‘</span>아∼앙<span lang="EN-US">’</span>하고 울면서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다<span lang="EN-US">.</span>

아저씨는 <span lang="EN-US">‘</span>헌니 줄게 새니 다오<span lang="EN-US">!’</span>하고 초가지붕 위로 이를 던졌다<span lang="EN-US">.</span>

그게 젖니라고 했다<span lang="EN-US">.</span>

그들을 거기로 보내고 난 후 그 터에서 새싹이 돋듯이 자꾸자꾸 뭐가 솟아 나오는 거야<span lang="EN-US">. </span>

그게 너희들이야<span lang="EN-US">. </span>영구치<span lang="EN-US">(</span>永久齒<span lang="EN-US">)</span>라고 한자로 새 이름을 지었지<span lang="EN-US">. </span>

그 새싹들이 어언 칠십 여년… 함께 했던 너희 둘을 오늘 보낸다<span lang="EN-US">. </span>

초가지붕이 아니라 지정폐기물 쓰레기통으로

오호<span lang="EN-US">, </span>슬프구나<span lang="EN-US">!</span>

너희들을 보내기가 서글퍼서 그런지 너희들 있던 자리에서 피가 솟구치고 통증도 웬만한 게 아니구나<span lang="EN-US">.</span>

너희들은 나를 지금까지 온전히 있게 한 제일 친한 동무가 아니냐<span lang="EN-US">.</span>

영양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별의 별 거친 것들을 잘게 자르고 갈고 곱게 해서 가지런히 안으로 들여보냈지<span lang="EN-US">.</span>

그 중에는 찍찍 찢어 발겨야 하는 칡뿌리 같은 것도 있고<span lang="EN-US">,</span>

고래 심줄 같이 질긴 고기<span lang="EN-US">, </span>막창도 있어<span lang="EN-US">.</span>

차돌같이 단단한 사탕도 있는데 <span lang="EN-US">‘</span>우두둑 우두둑<span lang="EN-US">’. </span>천천히 빨아 먹으면 좋았으련만<span lang="EN-US">. </span>

너희에게 찰싹 달라붙는 엿도 있어<span lang="EN-US">. </span>살살 녹여 먹으면 얼마나 좋았을까<span lang="EN-US">.</span>

좀 커서는 객기를 부려 소주병<span lang="EN-US">, </span>콜라병을 따느라 너희들을 꽤나 괴롭혔지<span lang="EN-US">. </span>특히 오늘 가는 너희들을<span lang="EN-US">.</span>

따개로 따면 좋았으련만<span lang="EN-US">, </span>따개가 있다 해도 그리 하지 않았지<span lang="EN-US">.</span>

그래도 너희들은 군말 없이 참고 견뎠어<span lang="EN-US">.</span>

게다가 담배도 술도 억수로 피우고 마셨지<span lang="EN-US">.</span>

오호<span lang="EN-US">, </span>이런 미련한 것 같으니라고<span lang="EN-US">!</span>

그러더니 너희들은 하나 둘 아프기 시작하더구나<span lang="EN-US">.</span>

먼저 간 친구들도 있었지<span lang="EN-US">.</span>

너희들도 많이 힘들어 해서 금박 덮개로 씌워 십 몇 년을 버텨오다가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span lang="EN-US">.</span>

주인 잘못 만나 스러지는 날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먼저 보내다니<span lang="EN-US">,</span>

미안하고 뭐라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구나<span lang="EN-US">.</span>

너희를 닮은 무언가를 만든다고 난리법석인데 아무리 좋은 걸 준다 해도 너희들만 하겠느냐<span lang="EN-US">. </span>

때는 늦었지만 진정으로 참회한다<span lang="EN-US">.</span>

너무나 비통하구나<span lang="EN-US">!</span>

<span lang="EN-US">2025. 4. 9 </span>이 둘을 뽑고 나서 <span lang="EN-US">-</span>

<div class="hwp_editor_board_content" data-hjsonver="1.0" data-jsonlen="22960" id="bkmrk--1"></div>

# 꽃마리꽃

**김태회 파주작가**

**[![kth꽃마리꽃.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4/scaled-1680-/cAKkth.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4/cAKkth.png)**

산과 들에는 진달래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span lang="EN-US">. </span>날씨까지 청명하고 따뜻하니 집에만 있을 수 없다<span lang="EN-US">. </span>마침 친구 <span lang="EN-US">S</span>가 좋은 카페가 있으니 가자고 소개한다<span lang="EN-US">. SPNW</span>라는 카페인데 소풍농원을 영어로 머리글자만 붙여 지은 이름이다<span lang="EN-US">. </span>감과 블루베리가 들어간 차인데 독특한 맛이 참 좋다<span lang="EN-US">.</span>

차를 다 마시고 밖으로 나가 보니 카페 터가 꽤 넓다<span lang="EN-US">. </span>아마 천여 평은 족히 될 듯싶다<span lang="EN-US">. </span>주위에는 몇 가지 휴식시설도 설치되어 있고 야생풀‧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span lang="EN-US">. S</span>가 무언가를 보면서 꽃이 예쁘다고 보라고 한다<span lang="EN-US">. </span>

나는 무얼 보라고 하는지 영문을 몰랐다<span lang="EN-US">. S</span>는 <span lang="EN-US">“</span>거기 있잖아<span lang="EN-US">!”</span>라고 하는데 도대체 보이지 않아 재차 물었더니 내 곁으로 와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려준다<span lang="EN-US">. </span>나에게는 보이지 않을 만도 하다<span lang="EN-US">. </span>작아도 그렇게 작을 수가 없다<span lang="EN-US">. </span>지난 <span lang="EN-US">3</span>월 중순 공릉강변에서 보았던 봄까치꽃이 작은데 자세히 보니까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감탄하면서 글까지 쓴 일이 있다<span lang="EN-US">. </span>그런데 봄까치꽃은 이 꽃에 비하여 다섯 배 이상은 큰 것 같다<span lang="EN-US">. </span>자세히가 아닌 확대경으로 보아야 꽃인지 아닌지 모양을 가늠할 수 있을 지경이다<span lang="EN-US">.</span>

사진을 확대하여 찍어서 알아보니 꽃마리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span lang="EN-US">. </span>꽃말이<span lang="EN-US">, </span>잣냉이라고도 부른다<span lang="EN-US">. </span>꽃대 윗부분이 말려 있어서 그런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span lang="EN-US">.</span>

꽃마리를 나물로 무쳐먹고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단다<span lang="EN-US">. </span>또 한방에서는 늑막염이나 감기에 좋다고 하여 쓰임새가 많은가 본데…<span lang="EN-US">. </span>그렇게 작은 걸 뭘 먹을 게 있다고 무치고 끓이고 대리는지<span lang="EN-US">.</span>

꽃마리꽃이나 봄까치꽃이나 크기만 다르지 모양과 색깔은 거의 같다<span lang="EN-US">. </span>물망초와도 크기와 색깔이 짙고 엷고 만 다르지 역시 비슷하다<span lang="EN-US">. </span>원산지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물망초가 흔하다고 한다<span lang="EN-US">.</span>물망초는 말 그대로 나를 잊지 말라<span lang="EN-US">(Forget-me-not)</span>인데 특히 그 유래가 너무나 애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span lang="EN-US">. </span>

 독일의 루돌프라는 기사와 벨타라는 처녀가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span lang="EN-US">. </span>이들은 도나우 강가를 걷고 있었는데 본 적 없는 아름다운 보라색 꽃이 보였다<span lang="EN-US">. </span>루돌프는 벨타에게 꽃을 주려고 강을 건너 꽃을 가져오다 강물의 거센 물결에 휩쓸린 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꽃을 그녀에게 던진 다음<span lang="EN-US"> </span><span lang="EN-US">"</span>나를 잊지 말아주시오<span lang="EN-US">!"</span>라는 말을 남겼다는 내용이다<span lang="EN-US">. </span>그래서 신의와 우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span lang="EN-US">. </span>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전설이 없을까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문의하였으나 비슷한 게 없다<span lang="EN-US">. </span>다만<span lang="EN-US">, </span>효도를 위하여 약초를 캐러 갔다가 발을 헛디뎌 자식이 희생되는 애달픈 이야기는 여러 군데 있다<span lang="EN-US">.</span>

그나저나 예쁜 것을 보려면 진짜 자세히 보아야 하나 보다<span lang="EN-US">. </span>이 세 가지 꽃이 모두 예쁜데 뚫어지게 들여다보아야 하는 꽃마리꽃이 왠지 더 애착이 간다<span lang="EN-US">. </span>갓난아기가 앙증스럽고 귀여운 것처럼<span lang="EN-US">. </span>우리도 아주 먼 옛날에 그런 시절이 있었지<span lang="EN-US">. </span>내 갓난아기 적 사진이 딱 한 장 남았었는데…

<div class="hwp_editor_board_content" data-hjsonver="1.0" data-jsonlen="15943" id="bkmrk--1"></div>

# '봄까치꽃' 의 이유

[![kgs봄까치꽃.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3/scaled-1680-/2uVkgs.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3/2uVkgs.png)

춘분이 내일 모레다<span lang="EN-US">. </span>한낮 창밖을 내다보니 눈부시고 따뜻한 느낌이다<span lang="EN-US">. </span>산책을 할까 하는데 <span lang="EN-US">S</span>로부터 전화가 왔다<span lang="EN-US">. </span>공릉천 길을 걷는데 역시 많은 사람들이 걷기도 하고 자전거도 탄다<span lang="EN-US">. </span>길가엔 새싹들이 파릇파릇하게 생기가 돋는다<span lang="EN-US">. </span>

삼각산에서부터 길게 뻗어 내려오는 공릉천 물웅덩이에선 오리<span lang="EN-US">, </span>원앙들이 물속으로 곤두박질도 치며 물 위를 신나게 떠다니고 있다<span lang="EN-US">. </span>이따금씩 가무우치가 물 위에서 날갯짓을 하며 미끄럼을 탄다<span lang="EN-US">. </span>그 옆 백로와 왜가리는 우두커니 서서 이리저리 살피며 망본다<span lang="EN-US">. </span>나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그런 광경에 취해 가는데 어느새 둑방길로 올라섰다<span lang="EN-US">. </span>한눈에 내려다보인다<span lang="EN-US">. </span>

얼마쯤 가다보니 그이가 보이지 않는다<span lang="EN-US">. </span>뒤돌아보니 다리 건너 멀리 길가에 쪼그려 앉아 무언가 관찰을 하는 것 같다<span lang="EN-US">. </span>오리들의 노는 모습을 보면서 기다리는데 카톡으로 사진 두 장이 전송되어 왔다<span lang="EN-US">. </span>한 장면은 풀잎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꽃 <span lang="EN-US">10</span>여송이가 흩어져 있고<span lang="EN-US">, </span>다른 한 장면은 그 꽃 한 송이를 확대하여 찍은 것이었다<span lang="EN-US">. </span>보라색 꽃이다<span lang="EN-US">. </span>

초여름 장마철에 피는 연보라색 도라지꽃 같다<span lang="EN-US">. </span>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기도 하지만 참 예뻤다<span lang="EN-US">. S</span>가 어느새 쫓아왔다<span lang="EN-US">. </span>무슨 꽃이냐고 물었더니 <span lang="EN-US">‘</span>큰개불알꽃<span lang="EN-US">’</span>이라고 한다<span lang="EN-US">. ‘</span>봄까치꽃<span lang="EN-US">’</span>이라고도 한단다<span lang="EN-US">. </span>나는 이름 한 번 고약하다고 하면서 우리나라 식물들은 <span lang="EN-US">‘</span>며느리밑씻개<span lang="EN-US">’</span>처럼 이름이 천박한 게 많다고 했더니 그이도 공감한다<span lang="EN-US">. </span>

언젠가도 그런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span lang="EN-US">. </span>우리는 그런 문제에 대하여 몇 마디 주고받다가 끝냈다<span lang="EN-US">. </span>내가 그 방면에 아는 게 별로 없어서였다<span lang="EN-US">.</span>

 이튿날 나는 자전거를 타고 공릉천 자전거길을 달렸다<span lang="EN-US">. </span>어제 <span lang="EN-US">S</span>가 한참 들여다보던 길가 그 모퉁이를 돌면서 큰개불알풀잎과 꽃들을 얼핏 스쳐 지나게 되었다<span lang="EN-US">. </span>잠시지만 꽃들은 하늘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별과 같은 잔상으로 남았다<span lang="EN-US">. </span>

자전거에서 내려 그 자리로 와서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꽃이었다<span lang="EN-US">. </span>예전에는 이 풀잎과 꽃 이름도 몰랐지만 그렇게 작은 줄은 정말 몰랐다<span lang="EN-US">. </span>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보이고 어떤지 아는 건데 관심도 없이 걸으면서 더군다나 자전거를 타고 획 지나간대서야 어찌 보일까<span lang="EN-US">. </span>자동차를 타고 가면 더 말할 것 없다<span lang="EN-US">. </span>

지난달 아산 영인산자연휴양림을 찾으면서 길가 돌에 새겨진 나태주 시인의 <span lang="EN-US">‘</span>풀꽃<span lang="EN-US">’</span>이라는 시가 떠올랐다<span lang="EN-US">. </span>

자세히 보아야<span lang="EN-US">/ </span>예쁘다

오래 보아야<span lang="EN-US">/ </span>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짧고 읊기 쉬운 시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span lang="EN-US">. </span>나도 시인이 읊은 것처럼<span lang="EN-US">, S</span>가 웅크리고 앉아 자세히 살핀 것처럼 흉내를 내보았다<span lang="EN-US">. </span>시력이 좋지 않아도 자세히 보니까 예쁘다<span lang="EN-US">. </span>오래 보니까 사랑스럽다<span lang="EN-US">. </span>내 주위에 자세히 보아야 할 <span lang="EN-US">(?)</span>들이 많지 않을까<span lang="EN-US">. </span>특히 사람이…

 근데 <span lang="EN-US">‘</span>큰개불알꽃<span lang="EN-US">’</span>이라는 이름은 안 되겠다<span lang="EN-US">. </span>이 꽃말이 <span lang="EN-US">‘</span>기쁜 소식<span lang="EN-US">’</span>이라니 <span lang="EN-US">‘</span>봄까치꽃<span lang="EN-US">’</span>이라고 불러야겠다<span lang="EN-US">. </span>우리만이라도<span lang="EN-US">. </span>봄까치꽃<span lang="EN-US">, </span>참 예쁘고 사랑스럽다<span lang="EN-US">. </span>

 <span lang="EN-US">- 2025. 3. 17 </span>공릉천에서 <span lang="EN-US">-</span>

# 술이 센달

[![kth술이 센달.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4/scaled-1680-/kth.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4/kth.png)

달은 한 달에 꼭 한 번

공릉강 주지(酒池)에 내려와 밤새도록 술을 퍼 마신다

태백은 달이 술이 세다는 소문에

그와 술내기를 했다지

월백(月白)은 밤새 어우러져……

주지의 은백색 술이 얼추 바닥을 드러내고

새벽녘 닭이 홰를 치며 목청을 냅다 늘일 때

달은 태백을 못에 고이 잠재우고

소리 소문 없이 승천했다는구먼!

# 참나리꽃

[![pk-chamnari.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7/scaled-1680-/pk-chamnari.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7/pk-chamnari.png)

뉘엿뉘엿 저녁나절  
공릉강둑 길섶 후미진 곳  
참나리 한 식구 풀숲에 숨어있다  
‘몽울’, ‘피다 만’, ‘활짝 핀’ 녀석들 여럿 데리고

띠풀 헤치고 들어가  
‘활짝 핀’을 데려갈까 하다가 그만뒀다  
걔를 내 집으로 데려간들 내 눈에만 넣을 게 아닌가 해서   
차라리 ‘몽울’도, ‘피다 만’도 눈에 넣고 가야겠다고

어떤 이는  
눈에 넣으려 해도 자루가 없는 이들을 위해   
내 눈 자루에 있는 참나리꽃을  
그이들의 귀 자루에 넣어준다는데

참나리꽃에 들어 있는 주근깨들이 유난히 예뻤다   
어릴 때   
참나라꽃에 있는 주근깨 보다는 적은 자야 얼굴이   
내 눈 자루에 어느새 들어와 있다

\*사진 : -공릉강둑 길섶에서 2025. 7. 21

# 새벽 소리

[![kth-winter.jp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8/scaled-1680-/kth-winter.jp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8/kth-winter.jpg)

봄 아지랑이 소리 들려온다  
 누군가 부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여름 풀벌레 소리 들려온다  
 어드메 개울 물소리와 함께

 가을 귀뚜라미 소리 들려온다  
 누군가 손짓하는 소리와 함께

 겨울 눈 소리 들려온다  
 누군가 눈 밟는 소리와 함께

 골 안 메아리 소리 들려온다  
 누구도 대답 없는 소리와 함께

 적막하고 괴괴한 소리 들려온다  
 나는 듣는다

-2025. 8. 14 새벽, 무슨 소리 들려온다-

# 끈이 되어

올해는 유난히 덥다<span lang="EN-US">. </span>내일이 말복인데 어제는 입추였다<span lang="EN-US">. </span>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햇볕이 따갑더라도 그늘에 들어서면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시원하다<span lang="EN-US">. </span>

육백 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는 법원읍 삼방리가 가까워졌다<span lang="EN-US">. </span>삼방리는 오십 년 전 나와 관계가 돈독하던 마을이다<span lang="EN-US">. </span>그래서 지리랄 것도 없지만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인가<span lang="EN-US">. </span>상전벽해라 하더니 완전히 달라졌다<span lang="EN-US">. </span>광탄 방축리 쪽에서 삼방리로 들어섰는데<span lang="EN-US">, </span>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생기고 사방에 공장이 들어서 있으니<span lang="EN-US">, </span>훤히 안다고 말했던 내가 <span lang="EN-US">‘</span>오만한 자<span lang="EN-US">’</span>가 되고 말았다<span lang="EN-US">. </span>내가 기억하고 있던 나무는 어째서 어린나무로 변신했는지<span lang="EN-US">, </span>자리도 거기가 아니었다<span lang="EN-US">. </span>어쨌든 내 기억은 믿을 수가 없어<span lang="EN-US">, </span>전부 털어내고 새로운 걸 아는 사람의 말에 따라 그 노거수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span lang="EN-US">. </span>

보호수 앞에 당도하니 내가 기억하던 은행나무가 아니고 느티나무였고<span lang="EN-US">, </span>육백 년이나 되는 나무라는 것도 새삼스러웠다<span lang="EN-US">. </span>파주 <span lang="EN-US">26</span>호로 지정한 해가 <span lang="EN-US">1982</span>년이니 육백 년도 훨씬 넘은 어르신 나무다<span lang="EN-US">.</span>

[![image.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9/scaled-1680-/image.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09/image.png)

파주<span lang="EN-US">-26, </span>느티나무<span lang="EN-US">, </span>수령 <span lang="EN-US">600</span>년<span lang="EN-US">, </span>법원읍 삼방리

사인적원망死人的愿望<span lang="EN-US">(</span>죽은 사람의 소원<span lang="EN-US">)</span>이라는 현판이 우선 눈에 띈다<span lang="EN-US">. </span>조선 태조 이성계의 셋째 아들 익안대군의 부인 삼한국대부인 정경옹주 철원 최씨의 묘역을 만들 때 지표로 삼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span lang="EN-US">. </span>부인 최씨가 세상을 떴을 때 일이다<span lang="EN-US">. </span>부인의 시신을 남편인 익안대군과 합장하려고 이곳을 지나는데<span lang="EN-US">, </span>상여꾼들의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자손들은 최씨 부인이 이곳에 묻히기를 원한다고 여기어 이 자리에 묘를 썼다고 전해온다<span lang="EN-US">. </span>

위 내용을 막 읽고 있는데<span lang="EN-US">, </span>어떤 세단이 우리가 세워놓은 차 옆에서 한참을 주춤주춤 망설이다 내차 뒤에 주차한다<span lang="EN-US">. </span>어떤 중년 여성이 무언가 가지고 내려오더니<span lang="EN-US">, </span>느티나무 앞에 가서 떡과 술<span lang="EN-US">, </span>자두를 차려 놓는다<span lang="EN-US">. </span>그녀는 붙임성 좋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길래<span lang="EN-US">, </span>이래저래 왔다고 하고는 나도 되물었더니<span lang="EN-US">, </span>법원리에 사는 무속인이라고 하면서<span lang="EN-US">, </span>이 오래된 나무가 영험해서 치성을 드리면<span lang="EN-US">, </span>소원성취할 수 있다고 또렷하게 말한다<span lang="EN-US">. </span>이 근처에 다른 영험한 나무도 찾아서 치성을 드린다고 한다<span lang="EN-US">. </span>

나는 점심때가 겨워 배가 고프던 차에 떡을 보니까 먹고 싶어<span lang="EN-US">, </span>치성을 드린 후 그 떡을 먹을 수 있냐고 했더니 쾌히 승낙한다<span lang="EN-US">. </span>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어차피 치성을 드리는 것이니<span lang="EN-US">, </span>우리도 그녀 옆에서 두 손을 비비며 소원을 빌었다<span lang="EN-US">. </span>뭘 빌었는지는 모르지만 십 초 정도 빌고 우리의 치성은 끝났다<span lang="EN-US">. </span>그런데 그녀는 너무 오래 걸린다<span lang="EN-US">. </span>눈을 꼭 감고 한없이 중얼거린다<span lang="EN-US">. </span>빨리 끝나야 떡을 먹을 수 있을 터인데 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span lang="EN-US">. </span>한참 만에 치성이 끝났다<span lang="EN-US">. </span>술은 사방에 헌주하고<span lang="EN-US">, </span>조그만 시루지만 시루째 우리에게 권하길래 손으로 떼어냈다<span lang="EN-US">. </span>한입 무는데 떡이 물기가 없는 데다가 싱겁고 너무 퍽퍽해 맛이 좀 그랬다<span lang="EN-US">. </span>그래도 배가 고프니 맛있다고 하면서 한 덩어리를 더 먹고 흩어진 팥고물도 그러모아 먹었더니 간은 좀 맞는다<span lang="EN-US">. </span>아무튼 시장기는 면해서 고마웠다<span lang="EN-US">.</span>

사실 이 나무는 오십 년 전 나와 인연이 있었다<span lang="EN-US">. </span>이 마을을 담당하고 처음으로 출장을 나왔다<span lang="EN-US">. </span>마을 입구에 이 나무가 우선 눈에 띄었다<span lang="EN-US">. </span>오월 중순 농번기여서 모내기가 한창이다<span lang="EN-US">. </span>그 당시는 벼 수확이 많이 나는 통일벼를 심으라고 독려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줄모 내라고 강력히 지도해야 한다<span lang="EN-US">. </span>막모 내면 아무래도 수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span lang="EN-US">. </span>이 마을만 해도 벽촌이라 줄모가 아닌 막모를 내는 농가가 많았다<span lang="EN-US">. </span>

나는 처음이지만 마을 사람들 얼굴을 익히느라 그들과 어울려 같이 모내기했다<span lang="EN-US">. </span>점심때가 되어 밥을 같이 먹으면서 나에게 막걸리 한잔 권한다<span lang="EN-US">. </span>초면이라 어색했지만<span lang="EN-US">, </span>기꺼이 받아야 할 것 같았다<span lang="EN-US">. </span>막걸리 잔인 양재기를 받는데<span lang="EN-US">, </span>모내던 대충 씻은 엄지손가락을 막걸리에 첨벙 담가 준다<span lang="EN-US">. </span>물론 그런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꺼림칙했다<span lang="EN-US">. </span>더욱이 그 기다란 손톱 밑을 보니까 흙이 잔뜩 끼어 있는 게 아닌가<span lang="EN-US">. </span>순간 구역이 나는 바람에 한참 망설였다<span lang="EN-US">. </span>억지로 한 잔을 마시고 돌려줬는데<span lang="EN-US">, </span>딴 사람이 또 권하는 거다<span lang="EN-US">. </span>한 잔에 취해서 그런지 역해서 그런지 그다음부터는 비위가 덜 상해서 한두 잔 더 할 수 있었다<span lang="EN-US">. </span>점심을 한 후 이 나무 아래 와서 휴식을 취하는데 잠이 들고 말았다<span lang="EN-US">. </span>아무리 여름이지만 느티나무 아래이니 한기를 느껴<span lang="EN-US">, </span>깨어보니 해가 서산 쪽으로 넘어가는 게 아침인 줄 알고 어리벙벙했다<span lang="EN-US">. </span>그런 추억이 있는 이 노거수라니 오십 년을 끈질기게 이어왔네<span lang="EN-US">.</span>

<span lang="EN-US">“</span>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span lang="EN-US">.”</span>라고 야은 길재는 읊었는데<span lang="EN-US">, </span>삼방리에 오니 <span lang="EN-US">“</span>산천도 인걸도 간데없고<span lang="EN-US">, </span>육백 년을 지켜온 느티나무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나를 알아보네<span lang="EN-US">” </span>

오십 년 전 안마당만한 저 논에서 모를 내고 막걸리를 마시며 욕지기하던 기억을 접고 법원리로 향했다<span lang="EN-US">. </span>대능리로 넘어가는 삼방리 고개 언덕배기에 울긋불긋한 천들이 이리저리 날리고 돌멩이가 쌓인 서낭당이 있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span lang="EN-US">. </span>

<div class="hwp_editor_board_content" data-hjsonver="1.0" data-jsonlen="325288" id="bkmrk--1"></div>

# 코스모스 축제장

[![image.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10/scaled-1680-/image.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10/image.png)

너른 밭에 코스모스가 알로록달로록 잘도 피었다

서양 코스모스 밭에는 샛노란 코스모스도 피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더욱 빛난다

여기저기 헤집으며 인증샷을 하는 사람들

덩달아 마음이 들떠 가을<span lang="EN-US">, </span>파란 하늘<span lang="EN-US">, </span>코스모스와 유희한다

밭에 이겨진 코스모스를 아까워하면서

무언가 느낌이 빠졌다

가을 국민학교 오가며 길가에 핀

내 키보다 큰 자주<span lang="EN-US">, </span>연분홍<span lang="EN-US">, </span>하양 코스모스

높이 있어 못 볼까봐

길가에 살며시 마중 나온 코스모스…

\* 205.10.25. 코스모스 축제장에서

# 벌초

[![meddugi.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10/scaled-1680-/meddugi.pn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10/meddugi.png)

파란 가을 하늘

산소 앞 잔디밭

흰나비 한 마리 나폴나폴

엄마 흰 치맛자락이 나풀거린다

엄마인가

황토 메뚜기 한 마리 톡∼톡

가느다란 아버지 다리가 보였다

아버지인가

<span lang="EN-US">- 2025. 9. 27 </span>벌초하면서

# 칠면조 사면

칠면조 사면  
-죄 지은 적이 없는데-

 오늘 일간지를 보는데 “트럼프, 추수 감사절 칠면조 사면”이라는 기사가 조   
그맣게 실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이틀 전인 25일 ‘고블’과   
‘와들’을 사면했다고 했다. 칠면조 사면식은 매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이 칠면조를 식탁에 올리는 대신 생명을 구해주며 축하하는 행사라는   
것이다. 덧붙여 사사건건 트럼프와 부딪친 악연으로 유명한 미국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인 척 슈머와 낸시 펠로시를 사면하는 칠면조에 각각 ‘척’과 ‘낸   
시’로 부를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 대해선 절대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   
는 걸 깨달았다고 정치적 발언도 했다.

 칠면조는 북아메리카 들칠면조와 중앙아메리카 구슬칠면조 등이 있다. 가축   
칠면조는 이 들칠면조를 가축화했다. 닭에 비해 훨씬 클 뿐만 아니라 독수리에   
버금가게 큰 것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칠면조를 얼굴에서 목에 이르는 피부의   
색이 일곱 가지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터키Turkey라 부른다.   
그리스 동쪽에 있는 나라 터키와 같은 철자를 가지고 있다. 터키에서는 “뿔닭   
‘이라고 하는 이 닭은 ’기니 파울‘로 서아프리카 지역의 기니에서 왔다. 이 뿔   
닭을 터키 상인들이 영국인들에게 팔았기 때문에 신대륙에 도착한 영국인들은   
뿔닭과 비슷한 새가 돌아다니는 걸 보고 ’터키‘라고 부른 것이다. 엄밀히 따지   
만 아메리카에 있는 칠면조와 뿔닭은 모양만 유사하지 같은 건 아니다. 뿔닭은   
뿔닭과에, 칠면조는 꿩과에 속하는 다른 동물이다. 오리와 닭에 비유된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칠면조가 터키로 명명되면서 나라 이름과 같아졌다. 그래서   
터키는 2022년 6월 오스만어 ‘튀르크인의 땅’이라는 뜻의 튀르키예Türkiye라고   
공식 변경했다. 튀르크는 본래 ‘용감하다’라는 의미로 오스만 제국에서 민족   
명칭으로 쓰였는데, 난데없이 영어권에서 ’얼간이 같은 사람‘이라는 경멸적 은   
어로도 불리었으니 국가 명칭을 바꿀 만도 하다. 오히려 너무 늦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이런 저런 이유로 링컨 대통령 시절 11월 넷   
째 주 목요일로 정했다. 그런데 이날 왜 칠면조를 먹기 시작했는지 확실치 않   
다. 1620년 메이플라워를 타고 아메리카에 온 영국 청교도들이 이듬해 추수를   
마치고 축제를 연 데서 유래했는데, 당시엔 칠면조를 먹은 흔적이 없다. 오리   
나 거위, 옥수수 빵, 사슴고기를 먹었다는 기록만 있다. 아무튼 추수감사절이

면 칠면조를 먹기 시작했다. 축제에는 먹거리가 제일인데, 주위를 보니 칠면조   
와 같은 여럿이 먹기에 양이 넉넉하고 맛있는 칠면조가 있으니 먹었을 것이다.   
과거 우리네 추석에 마을에서는 으레 돼지 한두 마리쯤은 잡아서 나누어 먹었   
지 않았나.

 19세기 후반 어느 날부터 로드아일랜드의 칠면조 사육 농부가 대통령에게 칠   
면조 고기를 선물하곤 했다. 이걸 1947년 트루먼 대통령 때, 정식적으로 ‘칠면   
조 증정식’이 치러지면서 정례화한 것이다. 그 후 몇몇 대통령들은 증정된 칠   
면조를 먹지 않고 살려주곤 했다. 그러면서 붙은 이름이 ‘칠면조 사면식’이다.   
그러니까 ‘National Thanksgiving Turkey Presentation’에서 Turkey   
Pardon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납득이 안 가는 게 있다. 영어의 ‘Pardon’을 한글로 번   
역한 것이 ‘사면赦免’인데, 사전에는 ‘죄를 용서하고 형벌을 면제함.’이라고 쓰   
여 있다. 사면하려면 애초부터 죄가 있어야 한다. 죄가 있어야 용서도 하고 형   
벌도 면제해 주는 게 아닌가. 칠면조는 무의식적으로 태어난 죄밖에 없다. 오   
히려 맛있는 살을 제공하는 인간에게 유익한 존재로 살아왔을 뿐이다.

 불교에서는 방생放生 또는 방사放赦라는 행위가 있다. 이 뜻은 ‘사람에게 잡   
힌 생물 즉, 물고기, 새, 짐승을 놓아주는 일 또는 잘못을 용서하여 놓아줌.’이   
다. 그러한 선행?을 하는 걸 보면, 놓아주어야 할 짐승을 일부러 잡거나 타인   
으로부터 구해와야 한다. 이청준의 ‘잔인한 도시’라는 작품에는 심하게 묘사되

어 있다. 타인은 고이 잠자는 새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아다가 판   
다. 그걸 방사한다. 그 생물에게도 ‘잘못’과‘ 용서’라는 족쇄가 씌워졌다. 그들   
은 잠자거나 헤엄친 죄밖에 없다. 얼떨결에 잡혀 온 것뿐이다.

 칠면조를 사면하는 거나 새나 물고기 등을 방사하는 거나 경우는 좀 다르지   
만 그게 그거다. 둘 다 무슨 대역죄인이나 되는 것처럼 ‘용서’, ‘사면’이라는   
죄를 언도했다. 인간 누군가가 그들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웠다. 그냥 태어나   
서 살다가 잡혀 온 죄밖에 없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람들이 반란 및 내   
란죄를 저질러 중형을 받았지만, 선고 몇 년 후에 사면을 받아 방면한 일이 있   
다. 적어도 이럴 때 ‘사면’이라는 단어를 쓰는 거다. 누가 사면해달라고 했나?   
누가 방사해달라고 했나? 그거 하려면 잡아가지나 말지. 그 단어 대신 그냥   
‘풀어준다거나 놔준다’라고만 해도 좀 낯 뜨거운 일이 아닐런지.

# 움

[![wum.JP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12/scaled-1680-/wum.JPG)](https://fridge.paju.wiki/uploads/images/gallery/2025-12/wum.JPG)

오늘 날씨 몹시 추워졌지  
 추워진다고 텔레비전에서 그렇게 떠들었잖아   
 …  
   
 노란 움이 잘려나갔다

 오늘 날씨 몹시 추워졌지  
 많이 추워졌어 밖에 나갈 때 입성을 단단히 챙겨야 해   
 뭐 이만한 추위에  
 이만한 추위라니 밖에 나가봐  
 영하 십일 도라더군  
 체감온도는 영하 십오륙 도는 되던데  
 그래, 그 정도쯤이야  
 허이 참, 그 정도쯤이야… 아직도 쌩쌩하네  
 강건너 가려면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겠지  
 그럼, 된장국이 설설 끓고 있어 어서 먹자구  
 맛이 기가 막히군 고맙소  
   
 움이 자라 줄기가 되고 가쟁이를 쳤다   
 곧 연록 이파리가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