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 여행-이기상

독서토론은  여러 곳을 여행하며 새로운 사람과 풍광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여행지를 다녀 온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본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025.3.11

0311물고기1.jpg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in't Exist'를 토론했다. 책 제목이 호기심을 갖게하여 평상시보다  책을 일찍 주문했다.

독후 통감

필자는 대부분 책의 목차를 살펴보고 에필로그나 서평을 읽기 시작한다. 그 다음부터는 목차에서 눈에 띄는 챕터를 골라서 본문을 읽기 시작한다.  조던의 책도 같은 방식으로 읽었지만 밀러와 조던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중간 정도까지 읽었다.

조던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호기심과 과학적인 탐구 정신에 감동 받으며 읽어 갔다. 제인 스텐포드 부인을 독살하는 9장의  '세상에서 가장 쓴' 것을 읽다가 갑자기 나 자신이 무너지는 것 같은 증세가 일어났다.

조던이 자신이 추구하는 과학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 받으며 읽어 가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살해하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소파에서 누웠다가 앉아다가 했다 . 무엇인가 잊어 버린것 같은 상태였다  어디가 아픈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결국 안정을 찾기 위해 몇 년전 열심이 들었던 집시 음악 중에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몰도바'를  1시간 정도 듣고 안정을 찾았다.

나는 올해부터 토론 주제를 복사하여 클로드라는 인공지능에게 물어 본다. 내가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잘 이해하고 답변해 준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것은 개인의 사고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답변을 구하는 방식에 대하여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어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wantdo-

토론 주제와 나의 답변 

1.조던의 삶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과 철학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집니다.

조던은 혼돈의 세계에서 질서를 찾고자 했습니다. 그는 생물 분류학에 헌신하며 자연에 숨겨진 패턴과 체계를 발견하려 노력했습니다. 조던에게 분류 작업은 단순한 학문적 활동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의 철학적 핵심은 확실성에 대한 추구였습니다. 조던은 모든 것이 명확하게 분류될 수 있다고 믿었으며,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런 신념으로 그는 수천 종의 물고기를 분류하고 명명했습니다.

그러나 조던의 철학은 역설적입니다. 그가 발견한 많은 물고기들이 후에 재분류되거나 그의 분류 체계가 무너지면서, 그가 그토록 추구했던 확실성이 사실은 허상임이 드러납니다. 이는 책의 제목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의미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또한 조던은 우생학을 지지했는데, 이는 그의 질서 추구가 극단적 형태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사회에도 자연에서처럼 분류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믿었습니다. -claude-

2.밀러 아버지의 인생관(인생은 특별히 의미없음)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인생을 과정과 결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죽음에 이르렀을때에는 인생은 특별한게 없을 수 있다.

사는 과정에서는 모든게 특별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특별하지 않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wantdo-

3.밀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룰루 밀러(Lulu Miller)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로, 그녀의 성격과 삶의 방식이 책 전반에 드러납니다.

밀러는 호기심이 많고 탐구적인 성격을 지녔습니다.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집요한 탐구 정신이 드러납니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그녀의 특징입니다. 조던과 달리, 밀러는 세상의 무질서와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우울증과 개인적 어려움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삶의 혼돈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밀러는 자신의 아버지와의 복잡한 관계,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파트너와 가족을 이루는 과정 등 개인적 경험을 책에 담았습니다. 그녀는 조던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확실성을 추구하는 조던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대비를 통해 삶의 의미를 탐색합니다.

밀러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claude-

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생물 분류학에서 '어류'의 본질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물속에 살며 아가미로 호흡하고 지느러미가 있는 동물을 '물고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물고기'는 실제로 단일 분류군이 아닙니다.

현대 분류학에서 '물고기'로 불리는 생물들은 여러 다른 계통에 속합니다. 상어와 가오리(연골어류), 연어와 참치(경골어류), 그리고 먹장어와 칠성장어(턱 없는 어류)는 모두 매우 다른 진화적 역사를 가집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육상 척추동물(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이 진화적으로 경골어류의 한 그룹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분류학적으로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육상 척추동물도 넓은 의미의 '물고기' 그룹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 제목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물고기'라고 부르는 것은 편의상 만든 인위적 범주일 뿐, 생물학적으로 통일된 자연 분류군이 아닙니다.-claude-


5.생명의 다양성, 진화, 우생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생명의 다양성은 공릉천에만 가서 보아도 알 수 있다. 겨울에는 철새와 기러기, 청둥오리, 원앙새들이 있고 한 여름에는 잠자리, 매미, 지렁이, 달팽이 등을 발견할 수 있다. 두더지 흔적과 눈 앞을 막는 날파리도 너무 많다.

자전거도로에는 들고양이와 들개들이 보이고 애완견도 사람과 산책하고 있다. 그곳에서 생명의 다양성을 엿 볼 수 있다.

우생학은 다윈의 진화론에 따른 자연현상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사건이라 생각한다. 그 사건은 인간의 기준에 의한  강제적인 진화 수단으로 또 하나의 전쟁일 수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네안데르탈인은 4만년 전부터 감소하다가 28천년전에 멸종한 사건과 유사하다고 본다. 

지구상의 기후가 변화되는 것과 협동적이고 의사소통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출현하여 오랜 전쟁 끝에 네안데르탈인이 멸종 되거나 호모사피엔스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wantdo-

또 다른 이야기

필자는 근래에 인공지능을 많이 이용한다고 말하면서 하나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지난 주말에 가족이 함께 하는 저녁 자리에서 18개월 손녀의 이해할 수 없는 포옹이 궁금해 인공지능(앞으로는 '클로비서'로 명명함합니다.)에게 질문한 것이다. 포옹하는 손녀의 심리적 상태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지만  클로비서의 답변을 통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20250309해이의 포옹.png

*wantdo는 필자의 생각이고 claude는 인공지능의 답변이다.

흰 - 2025.4.8

20250409_hin.jpg

독후 통감

필자가 말하는 '독후 통감'은 토론 책을 읽고 난 느낌이나 모임에서 토론하고 얻은 결론을 종합적으로 말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토론이 끝난 시점에 정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달 토론 주제에 별도로 책 읽은 소감을 발표하는 항목이 있어 토론회 직전에 북티즌 단톡에 게시한 내용으로 대신한다.

++++

얇고 빈 페이지가 많아 쉽게 읽어지리라고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시작 순간부터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알 수 없고 끝까지 읽을 즈음에야 이 내용이 소설이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소설이라고 생각하면서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늘 스토리가 있는 소설을 읽던 습관이 있어서 이해가 더 어려운 것 같다. 

결국 '흰'은 시상으로 이어진 소설이라는 결론을 갖고 아직도 해석 중이다. 해석이 안되는 부분은 텍스트로 전환하여 인공지능의 평균적 지식을 빌리고 있다.

일 주일 정도 남은 기간에 이 짧은 소설을 이해하고 토론하기 위해 열심히 읽고 있다.

++++

공감 영상

토론 전날 4월7일 토론 주제를 정리하면서 갑자기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떠 올랐다. 바로 주제에 어울리는 자료 영상을 확보하고 작품의 문구를 뽑았다. 그리고 모아진 자료 영상을 배열하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배경음악도 포함하여 완성했다. '흰'에게 어울리는 영상이기를 바라면서...

토론 주제 답변

1.책 읽은 소감

소설책으로 시작했다가 한 편의 시집으로 생각을 바꾸어 읽기 시작했다. 보통 소설은 스토리 위주로 읽었지만 흰 소설은 달랐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시적 표현으로 작가의 상징적인 시어를 이해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독서 중에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텍스트로 전환해서 클로에게 문장의 의미를 질문하면서 진도를 나 갈 수가 있었다.

'흰'을 2번째로 다시 읽을 때에는 해당 챕터를 읽고 제목을 다시 만들어 보았다.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독자로서 개인이 느낀 챕터의 독후 제목인 것이다.

한강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흰' 의 텍스트를  소재로 하여 영상 화면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흰』은 소설인가, 산문시 또는 어떤 장르로 볼 수 있는가?

한강의 '흰'이 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지 클로에 질문했다. 클로는 분석할 정보량이 많았는지 보통의 다른 질문보다 시간을 조금 지체하여 답변했다.

우선 '흰'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서사적 흐름을 갖추고 상징, 은유, 이미지 등 다양한 문학적 장치를 활용하여 주제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작가가 실제 경험을 상상력과 창작적 해석을 가미하면서 시적 산문, 에세이적 요소를 혼합하므로서 전통적인 소설적인 형식을 확장하고 재해석했다. 

'흰'은  단순한 자서전이나 에세이가 아닌, 개인적 경험과 보편적 주제가 융합된 문학적 공간으로 거듭났다. 색채와 이미지를 통한 서사 전개, 파편적 기억의 조각들을 엮어 만든 구조는 기존 소설의 경계를 넘어서는 실험적 시도라고 보았다.

이 작품은 작가의 언니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경험을  '흰색'이라는 색채를 소재로 삶과 죽음, 상실과 애도의 주제를 탐구한 소설이라고 한다.

3. ‘흰색’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권희철 문학평론가 해설,171 -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은 결코 더럽혀질 수 없는 것이다. 그 무엇도 하얀색의 순수함을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다른 얼룩들 틈에서라면 잘 보이지 않았을 작고 희미한 얼룩도 그 얼룩 본연의 색을 충만하게 드러내는너무 쉽게 얼룩지는 배경색이 '흰'이다. 그러나 무슨 색으로 얼룩지게 하든 '흰'은 계속해서 다른 색들을 칠할 수 있게 하는 궁극의 가능성의 심층이다.

-작가의 말,186 -

 국어에서 흰색을 말할 때, '하얀'과 '흰'이라는 두 형용사가 있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4. 작가는 바르샤바의 역사적 죽음(전쟁)과 언니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집단적 상실과 개인의 상실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인간에게 과거의 기억은 개인이나 집단의 구성원이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망각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망각하는 이유가 생물적이거나 인위적이더라도 사유하는 인간에게는 기억에 자리잡기 마련이다. 자리 잡은 기억이라는 것은 아마도 비극이거나 궁핍 또는 고통일 수 있고 기쁨과 만족이라는 상대적인 분류로 나누어 질 수 있다. 기억될 수 있는 사건은 생존과 관련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보다 행복하고 만족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억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과거 기억을 경험으로 하여 다가오는 고통을 회피하거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생존 방법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은 생존에 특별한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 것들의 기억이라고 본다.

5. 아래 글이 의미하는 바는? 아래 문장이 잘 드러나는 『흰』의 주요 장면들을 찾아보자.

현재의 살아남은 자가 회복되는 것은 과거의 죽어가고 있던 자와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말하자면, 현재의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 소년이 오는 것이다. 소년의 도움으로 인간은 본래적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시간으로서의 자신의 본질을 전개시키는 것이다. ...

우리는 시계가 째깍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의 바깥에서 과거와 만날 수 있으며 이 만남을 통해서만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흰』178쪽)

'흰'에 있는 문구에서  '살아 남은자'의 의미를 일반화한다면 그 자체를 '현재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다.

현생 인류가 지구상에서 만물의 영장이 된것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으로 협력과 도구를 이용한 결과로 생각된다. 이는 인간으로서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에서 생존율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과거의 실패를 사유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실패로 인류는 점차 멸망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3월에 토론했던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인류가 진화상 최고의 정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 인간은 사유를 통해서만 생존하고 발전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인공이 바르샤바를 방문하여 느끼는 많은 감정과 보았던 장소가 과거와 만나는  장면들이라고 생각한다.

6.책을 읽으며 밑줄 친 글 공유하기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더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39쪽>

외투를 꺼내 입은남자들과 여자들의 뒷모습에, 무엇인가 견디기 시작한 사람들의 묵묵한 예감이배어 있다.<49>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눈을 바라본다. 버스에서라면 얼굴을 들고 한동안 차창 밖을 응시한다. 어떤 소리도 없이, 아무런 기쁨도 슬픔도 없이 성근 눈이 흩어질 때, 이윽고 수천수만의 눈송이들이 침묵하며 거리를 지워갈 때, 더이상 그걸 지켜보지 않고 얼굴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53>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 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55>

더럽혀지지 않는 어떤 흰 것이 우리 안에 어른어른 너울거리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정갈한 사물을 대할 때마다 우리 마음은 움직이는 것 일까?

새로 빨아 바싹 말린 흰 베갯잇과 이불보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거기 그녀의 맨살이 닿을 때, 순면의 흰 천이 무슨 말을 건네는 것 같다. 당신은 귀한 사람이라고<70>

클로 생각

*클로는 인공지능 중 클로드(claude)를 약칭으로 부르는 말이다. '클로 생각'은 필자가  '흰'을 읽으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텍스트로 복사하여 클로에게 의미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얻은 답변이다. 

-빛의 섬 중에서-

그녀가 무대에 오른 순간, 강한 조명이 천장에서부터 쏘아져 내려와 그녀를 비췄다. 그러자 무대를 제외한 모든 공간이검은 바다가 되었다. 객석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없었다. 그녀는 혼란에 빠졌다. 저 해저 같은 어둠 속으로 더듬더듬 걸어내려갈 것인지, 이 빛의 섬에서 더 버틸 것인지.

-클로-

한강의 "흰" 소설에서 발췌한 이 구절은 무대 위에 선 여성 인물의 경험을 통해 고립감과 선택의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이 구절의 의미를 살펴보면:

1. **고립된 존재감**: 강한 조명이 그녀만을 비추면서 무대 외 모든 공간이 "검은 바다"가 되었다는 표현은 그녀가 완전히 고립되었음을 상징합니다. 객석에 사람들이 있지만 그녀는 그들의 존재를 실감할 수 없습니다.

2. **실존적 선택의 순간**: "저 해저 같은 어둠 속으로 더듬더듬 걸어내려갈 것인지, 이 빛의 섬에서 더 버틸 것인지"라는 문장은 그녀가 직면한 실존적 선택을 보여줍니다. 

   - "빛의 섬"은 고립되었지만 안전하고 눈에 보이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 "해저 같은 어둠"은 불확실하고 두려움이 있지만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공간을 상징합니다.

3. **소통과 고립의 딜레마**: 이 구절은 인간이 타인과 소통하려는 욕구와 고립된 안전함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을 표현합니다.

한강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립, 소통의 불가능성,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이 짧은 구절에도 응축되어 있습니다. "흰"은 상실, 슬픔, 그리고 그것을 통한 성찰을 다루는 작품으로, 이 장면은 인물이 느끼는 실존적 고립과 선택의 어려움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강 흰의 `쌀과 밥'  중에서-

저녁으로 먹을 쌀과 물을 사기 위해 그녀는 계속해서 걷는다. 이 도시에서 찰진 쌀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큰슈퍼마켓에서만 오백 그램씩의 스페인산 쌀을 조그만 비닐봉지에 담아 판다. 그걸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의 가방속에서 흰쌀들은 고요하다. 방금 지은 밥을 담은 그릇에서 흰 김이 오르고 그 앞에 기도하듯 앉을 때, 그 순간 느낄 어떤감정을 그녀는 부인하지 못한다. 그걸 부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클로-
한강의 "흰" 소설에서 '쌀과 밥' 구절은 일상적인 행위 속에 담긴 깊은 의미와 감정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의 의미를 분석해보겠습니다:

1. **이방인의 경험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주인공이 "이 도시에서 찰진 쌀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그녀가 한국이 아닌 외국(아마도 유럽)에 있음을 암시합니다. 스페인산 쌀을 작은 포장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은 그녀의 문화적 뿌리와 현재 환경 사이의 거리감을 보여줍니다.

2. **쌀의 상징성**: 한국 문화에서 쌀과 밥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고향, 정체성, 그리고 문화적 연결을 상징합니다. "흰쌀들은 고요하다"라는 표현은 쌀이 단순한 식품이 아닌, 감정과 기억을 담은 대상임을 나타냅니다.

3. **의식적 순간**: "방금 지은 밥을 담은 그릇에서 흰 김이 오르고 그 앞에 기도하듯 앉을 때"라는 구절은 밥을 짓고 먹는 행위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 의식적인 순간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음식 문화를 통해 자신의 뿌리와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4. **부인할 수 없는 감정**: "그 순간 느낄 어떤 감정을 그녀는 부인하지 못한다"라는 문장은 이 일상적인 행위가 불러일으키는 깊은 감정(향수, 소속감, 고향에 대한 그리움, 정체성에 대한 확인 등)을 가리킵니다. 이 감정은 너무나 강력해서 부인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 구절은 한강 특유의 세밀한 관찰과 일상적인 물체나 행위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적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흰"이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실, 기억, 애도의 주제와도 연결되며, 쌀과 밥이라는 평범한 대상을 통해 삶의 본질적인 측면들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연기 중에서-

입을 다문 채 우리들은 끈질기게 바라보고 있었다. 거대하게 부푼 잿빛 날개 같은 연기가 허공에 스미고 있었다. 사라지고 있었다. 삽시간에 저고리를 태운 불이 치마로 타들어가는 것을 나는 봤다. 무명 치마의 마지막 밑단이 불꽃 속으로빨려들어갈 때 당신을 생각했다. 당신, 올 수 있다면 지금 오기를. 연기로 지은 저 옷을 날개옷처럼 걸쳐주기를. 말 대신 우리 침묵이 저 연기 속으로 스미고 있으니, 쓴 약처럼 쓴 차처럼 그걸 마셔주기를.

-클로-

한강의 "흰" 소설에서 '연기' 부분은 상실과 애도의 정서를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1. 화장(火葬)의 의식: 이 장면은 화장이나 전통적인 제사 의식을 묘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거대하게 부푼 잿빛 날개 같은 연기"와 "저고리를 태운 불이 치마로 타들어가는 것"이라는 표현은 한복이나 옷가지를 태우는 의식을 묘사합니다.

  2. 부재하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 "당신을 생각했다. 당신, 올 수 있다면 지금 오기를"이라는 구절은 이미 떠난 사람(돌아가신 분)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과 소망을 표현합니다. 화장 의식은 물리적 존재가 연기로 변하는 과정이며, 화자는 이 변화 속에서도 연결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3. 연기의 상징성: 연기는 이 구절에서 여러 층위의 의미를 가집니다.

  4. 침묵과 소통의 불가능성: "말 대신 우리 침묵이 저 연기 속으로 스미고 있으니"라는 표현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나타냅니다. 화자는 직접적 언어 대신 침묵과 의식을 통해 소통하려 합니다.

  5. 쓴 정서의 승화: "쓴 약처럼 쓴 차처럼 그걸 마셔주기를"이라는 구절은 고통스러운 상실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과정을 나타냅니다. 쓴맛은 고통의 은유이지만, 동시에 치유의 가능성도 내포합니다.

이 구절은 한강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실, 애도, 기억과 망각의 주제를 응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이미지(연기, 불타는 옷)를 통해 추상적인 감정과 관념(그리움, 죽음, 초월)을 표현하는 작가의 특징적인 문체를 보여줍니다.

-은하수-

겨울이 온 뒤부터 이 도시의 날씨는 거의 매일 흐렸기 때문에 그녀는 더이상 밤하늘의 별들을 볼 수 없었다. 기온이 영하를 넘나들며, 하루는 비가 내리고 다음날엔 눈이 내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기압이 낮아 그녀는 자주 두통을 앓았다. 새들은 매우 낮게 날았다. 오후 세시부터 해가 져서 네시면 사위가 칠흑 같았다.마치 고국의 자정처럼 캄캄한 오후의 하늘을 올려다보며걷다가 그녀는 성운들을 생각했다. 시골 본가에 찾아간 밤이면 두 눈 속으로 일제히 쏟아져내리던, 알알의 소금 같은 수천의 별들, 한순간 눈을 씻어 어떤 것도 기억할 수 없게 하던차고 깨끗한 빛들.

-클로-

이 구절에서는 화자가 겨울철 도시의 우울한 풍경과 고국에서 바라본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주요 의미와 상징:

1. **빛과 어둠의 대비**: 현재 화자가 있는 도시는 흐리고 암울하며 "오후 네시면 사위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는 반면, 고국의 밤하늘은 "수천의 별들"과 "차고 깨끗한 빛들"로 가득합니다.

2. **상실과 향수**: 화자는 지금 볼 수 없는 별들을 그리워하며, 이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을 상징합니다. "알알의 소금 같은" 별들은 화자에게 소중한 기억이자 위안이었습니다.

3. **기억과 망각**: "한순간 눈을 씻어 어떤 것도 기억할 수 없게 하던" 빛들은 역설적으로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표현합니다. 강렬한 빛(경험)이 오히려 다른 기억들을 지우는 순간을 묘사합니다.

4. **육체적/정신적 고통**: 낮은 기압으로 인한 두통은 화자의 육체적 고통을, 어둡고 칙칙한 환경은 정신적 고통을 암시합니다.

한강의 '흰'은 상실과 애도, 부재와 존재에 관한 이야기로, 이 구절은 화자가 경험하는 현재의 단절감과 과거의 밝은 기억 사이의 긴장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20250513_212535.jpg

이 달에는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토론했다. 책이 얇지만 깊이가 있어 두 번을 읽어야 한다고 주제자가 당부했던 책이다. 

독후 통감

지난 4월 토론 직후에 토론 책이 정해져서 일찍 읽기를 시작했다. 스토리는 복잡하지는 않지만 복선이 깔린 문장이라서  이해 안되는 문장들이 보였다. 그런 문장들은 인공지능 클로비서에게 질문하면서 읽었다.

주인공 펄롱은 내향적인 성격으로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출생과 어머니의 삶에 대하여 늘 짐을 지고 살아 갔다. 그 짐으로 인하여 오히려 일반 사람보다 어렵고 불쌍한 주변에 대하여 관심을 갖은 것 같다.

펄롱이 자신의 딸들과 부인에게도 이웃처럼 인간적인 고민을 하면서 하루 하루 삶을 이어 갔다. 고민의 매일 매일은 자아 성찰의 시간으로 세탁소의 어린 소녀를 구출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펄롱의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과 결정으로 주인공의 미래가 걱정되지만 작가는 독자에게 상상을  맡기는 것으로 스토리를 마무리했다. 이 사건은 현실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라 더욱 빛이 나는 행위이었다. 주인공의 행동하는 양심은 이 책의 작품성을 한껏 올려 주는 핵심이 되었다.

토론 주제와 답변

◾ 읽으면서 밑줄 친 부분을 서로 나누기

펄롱는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120쪽)

◾ 작가의 세상에 대한 시선 의견 나누기

◾ 내가 찾아가는 찬란한 빛은 지금 어디에 놓여있는가 혹은 어떤 모습인가

◾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비슷한 영화 추천

◾ 내가 이 상황에 놓여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가족들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에 어떤 반응이 있었고 펄롱은 어떤 생각에 잠겼을까?(결론)

문장과 생각

주제자가 선정한 문장들에 대한 개인적인 답변이다.

●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해야 할 일로.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29쪽)

● 쉬엄쉬엄해야지. 그러다가 당신 자신한테 따라잡히겠어. (38쪽)

●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견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44쪽)

● 펄롱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현관 계단에 서 있는데 안에서 누군가가 열쇠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83쪽)

● 주고받는 것을 적절하게 맞추어 균형 잡을 줄 알아야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람들하고 잘 지낼 수 있단 생각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임을 알았고 왜 어떤 집에서 받은 사탕 따위 선물을 다른 더 가난한 집 사람들에게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2~103쪽)

● 그게 무슨 의미일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펄롱으로 하여금 자기가 더 나은 혈통 출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서, 그 세월 내내 펄롱의 곁에서 변함없이 지켜보았던 네드의 행동이. 나날의 은총이 아니었나. 펄롱의 구두를 닦아주고 구두끈을 매주고 첫 면도기를 사주고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사람이다. 왜 가장 가까이 있는 게 가장 보기 어려운 걸까? (111쪽)

●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는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펄롱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그걸 뭐라고 부르든 –거기 무슨 이름이 있나? -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120쪽)

● 펄롱는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120쪽)

●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121쪽)-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