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곳엔... - 53회 안지미
산수유 꽃이 벌써 피는가 싶더니 엄마네 목련이 하얗게 옷을
갈아입고 우아하게 나풀댄다.
성질 급한 개나리는 계절을 무시하고 내렸던 눈을 비집고
노오랗게 피었다.
노랑 병아리 색 개나리를 보니 갑자기 생각난 신산초등학교..
그 땐 국민 학교였던 운동장 주변에 봄을 색칠하며 피었던 개나리와 진달래가 생각났다.
세월을 건너 오십을 넘긴 나이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놀았던 국민 학교 운동장에 머무는 듯 청춘이다.
어릴 적 나에게 한없이 넓었던 운동장이 이리도 작았나 싶다.
그 넓은 운동장에서 손수레를 끌고 밀며 삐라도 줍고 작은 돌멩이도 치워가며 돌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봄이면 정문 옆 뽕나무 밭을 기준삼아 잡초도 뽑았는데,
몰래 따먹은 달달한 오디 덕에 한껏 까매진 입술을 하고 안 먹은 척 하는 말썽꾸러기를 보며
“너!! 잡초 뽑으랬더니 뽕 따먹었냐?”
하시는 쌤의 귀신같은 신통력에 순진하게 놀라기도 했다.
학교가 끝나면 운동장 한 켠에 가방과 신주머니 쌓아놓고,
친구들과 옹기종기 무리지어 놀기도 했다.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사방치기,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체력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추억의 운동장엔 놀이를 하는 무리, 놀이를 방해하는
무리들이 뒤엉켜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말괄량이들 고무줄 끊고 도망치다 잡힌 개구쟁이는 등짝 한대 맞고 씩씩대다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방해하는 그들만의 놀이를 즐긴다.
지금은 작게 보이지만, 넓디넓게만 보였던 운동장은
말썽꾸러기, 말괄량이, 개구쟁이들을 정겹게 품어주었다.
그 뿐인가. 교실 안 풍경도 가관이고 웃겼다.
수업 중에 누군가
“우웩!! 방귀냄새!!!”
하면
“수색!!!”
한마디에 주변 친구들 엉덩이에 코를 대고 킁킁대던 그 친구 얼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다들 누군지 알지? 난 아는데~~
초등학교의 최고참 6학년... 강렬한 태양아래 줄긋고
발야구 할 땐 콧잔등이며, 이마와 목 뒷덜미가 빤질빤질
그을리든 말든 즐겁기만 했다.
6학년엔 별관이었던 1반과 2반쪽의 추억도 생생하다.
그때 그 곳 지금은 없어진 작고 예쁜 연못이 학교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떨어져 복도를 기어 다니던
송충이를 참 많이도 잡아댔다.
편지봉투 떠질듯 모아낸 코스모스 씨앗을 들고 길거리를
줄지어 다니며 뿌리고 싹이 트면 뭉텅이로 난 싹을 속가서
빈곳에 심고 가꿔 시내 길가엔 코스모스도 하늘하늘 예뻤었다.
잔디 씨도 모아냈었는데 그땐 어디다 쓰려고 했는지 알지 못했지만, 숙제 검사하듯 내기도 했다.
맞다!! 지금은 사라진 폐품수집도 있었지~
집집마다 묵은 신문지, 공병 치우는 날이 그 날이었다.
그때 그 시절.....
요란하게 뛰놀던 많은 개구쟁이, 말괄량이들아
다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니~~ㅠㅠ
까무잡~잡~한 추억의 녀석들이 운동장에 있다.
지금은 소식이 끊겨버린 장꾸 선생님과 친구들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