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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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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간도!

장춘에서는 위만황궁만 관람하고 연변 조선족 자치주가 있는 연길로 향했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는 길림성 동북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연길시, 도문시, 돈화시, 훈춘시, 용정시, 화룡시, 왕청현, 안도현의 행정구역을 관할하며 조선 민족이 자치권을 갖고 있는 곳이다. 다만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조선동포 한국 방문이 시작되면서 이젠 육할 이상이 한국에 정착하여 원래 연길 자치구에 거주하였던 약 팔십이만 명의 조선 동포 중 이곳에 남은 이들은 칠십만 명 정도로 줄어들어 현재는 한족이 더 많이 거주하는 곳이 되었다.

조금 늦게 연길에 도착하여 연변 특색요리라고 하는 식당으로 안내한다. 냉면인데 맛이 독특하면서 맛이 참 좋고 양도 많다. 함경도 냉면을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하고 나오니 그 식당 간판 앞에 열군속㤠軍屬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그 뜻이 뭔가 알아보니 우리나라로 치면 국가유공자. 국가유공자가 운영하는 식당…. 호텔에 도착하니 해란강호텔이다.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연길시에 속하지만 용정시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다. ‘여기가 간도로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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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란강 호텔

간도란?

압록강 상류와 두만강 북쪽 조선인 거주 지역을 일컫는 말로 현재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 지역을 가리킨다. 두만강 북쪽 연변지역을 북간도또는 동간도’, 그 서쪽 압록강 너머 지역을 서간도라 부른다.

청나라는 명나라를 정복한 후 청나라의 발흥지인 만주를 보호하기 위하여 한인들의 만주 이주를 금지한 법령과 정책인 봉금령封禁令을 시행했다. 이는 만주족의 풍속과 본거지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만주로의 이주는 계속되었다. 이를 틈관동闖關東(산해관 동쪽 즉 만주를 가리킨다)이라고 한다. 봉금령 지역은 동북 3성에 이르는 엄청난 범위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되었는데 조선의 법에서는 이를 어길 시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족뿐만 아니라 조선의 북부지방 백성들도 기근과 각종 자연재해로 인하여 살길을 찾아 몰래 만주로 넘나 들었다. 이를 범월인犯越人이라고 했는데 죽음을 각오하고 범월을 택했을 때 그들은 어떤 처지였겠는가?

윤동주의 증조부도 19세기 중후반 간도로 이주했다고 한다. 범월을 하려면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야 한다. 그러다 발각되면 그들은 강 건너가 아니라 두만강에 있는 섬에 다녀왔다.’라고 둘러댔다. 두만강에 있는 섬들 중 우리가 아는 녹둔도가 일백이십만 평이라니 물론 거기서도 농사를 지었을 것이지만 대부분은 강을 건너 지금의 간도지방에서 농사를 지은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 사이 간間자 간도가 된 것이다.

또 다른 한자로 개간할 간墾자 간도인데 이는 농사를 지으려면 개간을 했을 터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괘이름간艮자도 쓰는데 조선의 정북正北과 정동正東 사이 즉. 간艮방에 위치한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간艮자 간도를 쓰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간도는 말 그대로 강 가운데 퇴적물이 쌓여 육지와 육지 사이인 강에 형성된 섬이다.

임진강의 오십삼만 평 정도 되는 초평도와 같은 섬에 비유할 수 있다. 처음에는 조선 북부지방 함경도, 평안도에 거주하던 백성들이 건너가서 농사를 짓던 작은 섬에 불과하였으나 이주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간도의 범위가 강 건너 육지로 엄청나게 확대된 것이다.

 

북간도로 가는 월이

-리찬-

 가구야 말려느냐 가구야 말어 너는 너는 참 정말 가구야 말려느냐

이민이라 낼 아침 첫차에 실려 아아 가없고 황막한 그 땅 네 얼마나 쓸쓸하랴

철철 추위 혹독한 그 땅 네 얼마나 괴로우랴

사시장장 가여운 네 생각 내 어찌 견디리 자나깨나 그리운 네 생각 어찌 배기리

위 시는 1932년 일본이 괴뢰 만주국을 건국한 후 소위 국책이민시대의 만주 북간도로 떠나는 1930년대의 무수한 농민들의 한 모습으로 조선의 어디에 가든지 매일 같이 볼 수 있는 현상을 그린 것이다. ‘상서로운 도시라는 의미의 연길延吉은 연길자치주의 주도로서 이 땅으로 이주해 온 수많은 조선족들이 우리 말과 글, 전통과 풍습을 그대로 이어받아 중국 내 독특한 소수민족 도시로 발전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