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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 애도문

조치문 弔齒文

김태회 파주작가

어릴 적

이가 흔들린다. 점점 더 흔들린다.

어떤 이는 자고 일어나니까 빠졌다. 밥을 먹다가도 빠졌다.

어떤 이는 빠지지 않아 괴로웠다. 밥을 먹을 땐 아프고 걸리적거렸다.

아저씨가 비료포대 실로 아픈 이 둘레를 칭칭 동여맸다.

나한테 저기 가재울 등성이에 뭐가 보인다.’하고는 눈길을 거기로 준다.

나는 거길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찰라

아저씨는 실을 잡아당겼다.

흔들리던 이가 빠졌다.

순간적으로 빠진 이 자리가 아프고 피가 나니까 아∼앙하고 울면서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아저씨는 헌니 줄게 새니 다오!’하고 초가지붕 위로 이를 던졌다.

그게 젖니라고 했다.

 

그들을 거기로 보내고 난 후 그 터에서 새싹이 돋듯이 자꾸자꾸 뭐가 솟아 나오는 거야.

그게 너희들이야. 영구치(永久齒)라고 한자로 새 이름을 지었지.

그 새싹들이 어언 칠십 여년… 함께 했던 너희 둘을 오늘 보낸다.

초가지붕이 아니라 지정폐기물 쓰레기통으로

오호, 슬프구나!

너희들을 보내기가 서글퍼서 그런지 너희들 있던 자리에서 피가 솟구치고 통증도 웬만한 게 아니구나.

 

너희들은 나를 지금까지 온전히 있게 한 제일 친한 동무가 아니냐.

영양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별의 별 거친 것들을 잘게 자르고 갈고 곱게 해서 가지런히 안으로 들여보냈지.

그 중에는 찍찍 찢어 발겨야 하는 칡뿌리 같은 것도 있고,

고래 심줄 같이 질긴 고기, 막창도 있어.

차돌같이 단단한 사탕도 있는데 우두둑 우두둑’. 천천히 빨아 먹으면 좋았으련만.

너희에게 찰싹 달라붙는 엿도 있어. 살살 녹여 먹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좀 커서는 객기를 부려 소주병, 콜라병을 따느라 너희들을 꽤나 괴롭혔지. 특히 오늘 가는 너희들을.

따개로 따면 좋았으련만, 따개가 있다 해도 그리 하지 않았지.

그래도 너희들은 군말 없이 참고 견뎠어.

게다가 담배도 술도 억수로 피우고 마셨지.

오호, 이런 미련한 것 같으니라고!

 

그러더니 너희들은 하나 둘 아프기 시작하더구나.

먼저 간 친구들도 있었지.

너희들도 많이 힘들어 해서 금박 덮개로 씌워 십 몇 년을 버텨오다가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주인 잘못 만나 스러지는 날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먼저 보내다니,

미안하고 뭐라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너희를 닮은 무언가를 만든다고 난리법석인데 아무리 좋은 걸 준다 해도 너희들만 하겠느냐.

때는 늦었지만 진정으로 참회한다.

너무나 비통하구나!

 

2025. 4. 9 이 둘을 뽑고 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