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리꽃
김태회 파주작가
산과 들에는 진달래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날씨까지 청명하고 따뜻하니 집에만 있을 수 없다. 마침 친구 S가 좋은 카페가 있으니 가자고 소개한다. SPNW라는 카페인데 소풍농원을 영어로 머리글자만 붙여 지은 이름이다. 감과 블루베리가 들어간 차인데 독특한 맛이 참 좋다.
차를 다 마시고 밖으로 나가 보니 카페 터가 꽤 넓다. 아마 천여 평은 족히 될 듯싶다. 주위에는 몇 가지 휴식시설도 설치되어 있고 야생풀‧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S가 무언가를 보면서 꽃이 예쁘다고 보라고 한다.
나는 무얼 보라고 하는지 영문을 몰랐다. S는 “거기 있잖아!”라고 하는데 도대체 보이지 않아 재차 물었더니 내 곁으로 와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려준다. 나에게는 보이지 않을 만도 하다. 작아도 그렇게 작을 수가 없다. 지난 3월 중순 공릉강변에서 보았던 봄까치꽃이 작은데 자세히 보니까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감탄하면서 글까지 쓴 일이 있다. 그런데 봄까치꽃은 이 꽃에 비하여 다섯 배 이상은 큰 것 같다. 자세히가 아닌 확대경으로 보아야 꽃인지 아닌지 모양을 가늠할 수 있을 지경이다.
사진을 확대하여 찍어서 알아보니 꽃마리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꽃말이, 잣냉이라고도 부른다. 꽃대 윗부분이 말려 있어서 그런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꽃마리를 나물로 무쳐먹고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단다. 또 한방에서는 늑막염이나 감기에 좋다고 하여 쓰임새가 많은가 본데…. 그렇게 작은 걸 뭘 먹을 게 있다고 무치고 끓이고 대리는지.
꽃마리꽃이나 봄까치꽃이나 크기만 다르지 모양과 색깔은 거의 같다. 물망초와도 크기와 색깔이 짙고 엷고 만 다르지 역시 비슷하다. 원산지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물망초가 흔하다고 한다.물망초는 말 그대로 나를 잊지 말라(Forget-me-not)인데 특히 그 유래가 너무나 애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루돌프라는 기사와 벨타라는 처녀가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이들은 도나우 강가를 걷고 있었는데 본 적 없는 아름다운 보라색 꽃이 보였다. 루돌프는 벨타에게 꽃을 주려고 강을 건너 꽃을 가져오다 강물의 거센 물결에 휩쓸린 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꽃을 그녀에게 던진 다음 "나를 잊지 말아주시오!"라는 말을 남겼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신의와 우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전설이 없을까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문의하였으나 비슷한 게 없다. 다만, 효도를 위하여 약초를 캐러 갔다가 발을 헛디뎌 자식이 희생되는 애달픈 이야기는 여러 군데 있다.
그나저나 예쁜 것을 보려면 진짜 자세히 보아야 하나 보다. 이 세 가지 꽃이 모두 예쁜데 뚫어지게 들여다보아야 하는 꽃마리꽃이 왠지 더 애착이 간다. 갓난아기가 앙증스럽고 귀여운 것처럼. 우리도 아주 먼 옛날에 그런 시절이 있었지. 내 갓난아기 적 사진이 딱 한 장 남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