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Advanced Search
Search Terms
Content Type

Exact Matches
Tag Searches
Date Options
Updated after
Updated before
Created after
Created before

Search Results

9 total results found

천년의 물길을 연 임진강 황포돛배

명소를 찾아-강근숙

두지나루의 황포돛배 두지나루에 매였던 황포돛배가 밧줄을 풀고 서서히 몸을 튼다. 햇살 좋은 날 나들이 나온 연인과 가족들은 해설을 들으며 강변을 바라보느라 호기심 가득하다. 분단 이후 반세기 동안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던 임진강에 원형 그대로 황포돛배를 복원하여 2004년 봄, 두지나루에서 고랑포 여울목까지 뱃길을 열었다. 조선 시대의 주요 운송 수단이었던 황포黃布돛배는 광목에 물을 들인 돛에 바람을 받아 동력으로 운행하던 우리나라 전통적인 평저선平底船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

명소를 찾아-강근숙

캠프 그리브스는 DMZ 남방한계선에서 2킬로 떨어진 민간인 통제구역에 주둔한 미군 기지였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주한 미군에게 토지를 제공하고 군영을 설치하도록 하였다. 주둔한 지 50여 년 만에 부대가 철수하면서 미군기지가 우리에게 반환되었다. 경기도는 문화 재생사업으로 미군들이 볼링장으로 사용했던 건축물을 원형 그대로 활용해, 전장에서 이슬처럼 사라진 이름 없는 영웅들을 기억하기 위해 ‘젊은 날의 초상’을 기획했다. 전쟁의 참혹함...

봄날

삶의 단상-강근숙

 묶인 발 풀고 나온 연하디연한 몸짓 연초록 사연을 흩는다   흙내음 그득한 뜰에 더운 입김으로 돋아난 목숨   숨겨둔 말들 안으로만 삭히며 모진 세월 속에 더 푸르른 소망 하나   파릇한 새싹 틔울 때까지 얼마나 많이 아파했는지 지난겨울 설한풍에 죽은 듯이 숨죽이며 마디마디 저린 이야기를 당신은 알까

가슴으로 살자

삶의 단상-강근숙

   시끄러운 세상 보고 듣고 싶지 않아 머리 떼어 버리고 천년 세월 가슴으로 사는 목 없는 부처님   말로선 다할 수 없는 사연 깊은 정적 묻어놓고 가지산 자락 좌대 삼아 무겁게 눌러앉은 마음   보고 듣고 말하면서 무명 속에 지은 죄, 다시 죄지을 것 같은 머리 떼어 징검다리 놓고 가슴으로 가슴으로 살자

살촉에게 묻다

삶의 단상-강근숙

  비 개인 가을 날 영집 궁시박물관 뜨락에 아득한 시대에서 말 달려온 궁사들 주몽의 후예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과녁을 향해 살을 먹인다   줌손은 태산을 밀치듯이 강하게 밀어내고 각지 손은 범의 꼬리를 놓지 않으려는 듯 화살을 먹여 쥔 양손을 들어 올린다 손을 풀어 보내야 하는 순간 짧은 입맞춤하고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살-   후회 없는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사랑하는가 미련 없이 떠나보낸 궁...

거리에 앉은 남자

삶의 단상-강근숙

  사람들이 길 비켜주는 숭례문 앞 삼성프라자 건물 아래 한 남자가 비스듬히 누웠듯 앉아 있다 언제나 그 자리, 북데기 단 같은 모습 싱싱한 삶의 바다에서 밀려 나온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빙빙 돌아가는 네거리에서 도인처럼 누더기 걸치고 앉아 길을 찾는 일이다   동전 한 닢 던지는 이 없는 차가운 거리 아무리 둘러봐도 빈 손바닥 한때는 빌딩 숲 어느 뼈대였을 그 남자 파카 잠바 누비바지 겹겹이 껴입고도 등...

물 속에 꽃

삶의 단상-강근숙

     저문 하루 벽초지 수목원 연산홍이 활활 타고 있다 그 누구의 열화인가 저리 타는 불사름   파문 없는 호수 세월 비켜선 바위, 그 아래 찔레 순 꺾어 목축이다 타는 갈증   물속에 던진 사랑 호수에 번진 꽃물  

술 속에 꽃

삶의 단상-강근숙

     질척이는 오후 손금 따라 걷다가, 길 위에서 맨몸으로 만난 그대 솔직하고 입 무겁고 속 넓은 그대와 눈 맞아 정분났네   변함없는 열정 십수 년 몸을 섞어 중독된 사랑 차마, 버리지 못한 꿈 한 조각 끌어안고 독한 사랑에 빠진 붉은 꽃 한 송이

줄 위에 서다

삶의 단상-강근숙

    다른 길은 없다 잡을 것 하나 없는 외줄 위에 올라서서 중심을 잡느라 숨 고르는 남사당 앞은 구만리 발아래 아찔하다   어차피 가야하는 인생은 외줄타기 하늘 끝 그리움 세워놓고 굿거리장단 쿵-덕, 줄 위에 얹어 새 처 럼 팔 을 펼 친 다 한 손에 부채 들고 또 한 손엔 허공 잡고 한 발짝 옮길 때마다 등줄기 흐르는 식은땀   뉘라서 알리 수없이 떨어져 멍들고 깨진 상처 아픔도 익숙해진 흔들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