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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앉은 남자

 

 사람들이 길 비켜주는

 숭례문 앞 삼성프라자 건물 아래

 한 남자가 비스듬히 누웠듯 앉아 있다

 언제나 그 자리, 북데기 단 같은 모습

 싱싱한 삶의 바다에서 밀려 나온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빙빙 돌아가는 네거리에서 도인처럼

 누더기 걸치고 앉아 길을 찾는 일이다

 

 동전 한 닢 던지는 이 없는 차가운 거리

 아무리 둘러봐도 빈 손바닥

 한때는 빌딩 숲 어느 뼈대였을 그 남자

 파카 잠바 누비바지 겹겹이 껴입고도

 등이 시린 세상

 복달임하는 염천 대낮

 거리에 앉은 남자는 춥다

 춥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