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꽃
뉘엿뉘엿 저녁나절
공릉강둑 길섶 후미진 곳
참나리 한 식구 풀숲에 숨어있다
‘몽울’, ‘피다 만’, ‘활짝 핀’ 녀석들 여럿 데리고
띠풀 헤치고 들어가
‘활짝 핀’을 데려갈까 하다가 그만뒀다
걔를 내 집으로 데려간들 내 눈에만 넣을 게 아닌가 해서
차라리 ‘몽울’도, ‘피다 만’도 눈에 넣고 가야겠다고
어떤 이는
눈에 넣으려 해도 자루가 없는 이들을 위해
내 눈 자루에 있는 참나리꽃을
그이들의 귀 자루에 넣어준다는데
참나리꽃에 들어 있는 주근깨들이 유난히 예뻤다
어릴 때
참나라꽃에 있는 주근깨 보다는 적은 자야 얼굴이
내 눈 자루에 어느새 들어와 있다
*사진 : -공릉강둑 길섶에서 2025.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