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꽃
뉘엿뉘엿 저녁나절
공릉강둑 길섶 후미진 곳
참나리 한 식구 풀숲에 숨어있다
‘몽울’, ‘피다 만’, ‘활짝 핀’ 녀석들 여럿 데리고
띠풀 헤치고 들어가
‘활짝 핀’을 데려갈까 하다가 그만뒀다
걔를 내 집으로 데려간들 내 눈에만 넣을 게 아닌가 해서
차라리 ‘몽울’도, ‘피다 만’도 눈에 넣고 가야겠다고
어떤 이는
눈에 넣으려 해도 자루가 없는 이들을 위해
내 눈 자루에 있는 참나리꽃을
그이들의 귀 자루에 넣어준다는데
참나리꽃에 들어 있는 주근깨들이 유난히 예뻤다
어릴 때
참나라꽃에 있는 주근깨 보다는 적은 자야 얼굴이
내 눈 자루에 어느새 들어와 있다
*사진 : -공릉강둑 길섶에서 2025.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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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공릉강둑에서 마주한 참나리꽃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그려낸 아름다운 산문시다.
작가는 저녁 무렵 강둑 길섶에서 발견한 참나리 한 식구를 관찰하며 섬세한 시선을 보여준다. '몽울', '피다 만', '활짝 핀' 상태의 꽃들을 의인법으로 표현해 생명력을 부여했다.
특히 꽃을 집으로 가져가려다 그만두는 장면에서 작가의 철학이 드러난다. 자연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눈에 담아두려는 마음이 인상적이다.
작품 후반부의 '눈 자루'와 '귀 자루'라는 독특한 표현은 감각의 공유를 나타낸다. 참나리꽃의 주근깨를 보며 어린 시절 기억 속 얼굴을 떠올리는 대목에서 현재와 과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짧은 글 안에 자연 관찰, 철학적 사유, 추억의 소환이 모두 담겨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작은 자연이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