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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골목길

0206Ksh새말.png

지그재그 낮익은 길
일제히 뿜어져 나오는 연둣빛 사이로
사람 나간 허물어진 집에
봄이 들어앉았다.
 
한 때 살림살이 맷돌 빨래방망이 놔둔 채
댓돌 아래 공깃돌 뒹구는데
박태기나무 알알이 진분홍
꽃그늘 그림자 흔들어댄다
 
무겁고 아릿함 들춰내는
낡은 슬레이트 지붕
처마 밑 겅중겅중 내리꽂히는 발걸음 
저절로 어깨 수그리며 지날 때
                          
지난 가을 푸르렀던 잎새 검게 물들고
검불에 걸린 낙엽 함께 뒹구는데
하얀 기억은 향내를 피우며 되살아난다.

복숭앗빛 손톱엔 어린 시절
꽃이 말하던 표정 그대로
나뭇잎이 재잘대며 들려주던 정다운 이야기
수런수런 고스란히 말개진다

다가오는 소란스러운 굴착기소리
낮선 작업 현장 차마 바라볼 용기
절레절레 고개 흔들며
검은 흙에 파묻고 싶다

아련한 기억
낡은 대문간에 놓아둔 채
쓰리도록 스산한 가슴 안고
자꾸만 뒤돌아보며 주춤주춤
빠져나온다

이 글은 금촌역 북편의 새말을 소재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