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수선공
비가 휘적거리며 내리는 오후
빨간 우체국 앞 구두수선집
그 낮은 문 열려있다.
등허리를 굽히고 간이역 의자처럼
쪽마루에 간신히 궁둥이를 붙이면
장인인 구두 수선공
활짝 미소 짓는다
앞부리가 다 까진
뒷굽마저 닳아빠진 구두 한 켤레
이리저리 살피다 히죽
구두 주인의 형편을 눈치챈 듯
어릴 적 앓은 소아마비
한쪽 허벅지는 가느다래
반대쪽 허벅지에 낡은 신를 대고
밤색 끌로 사알살 구두를 달랜다
창칼로 구두선 둥글게 맞추며
오로지 이 작은 이동 컨테이너 속
여여한 시각에 입맞춤하며
긴 날들을 보냈으리
주름진 입술도 합 모아 오그라든 것처럼
그가 지나다니던 나날들은
수선해야 할 손님 구두보다
더 낡아있지 않을까
홀까닥 속창과 겉창이 뒤집어지며
서로 걸어온 길을 수선하듯
굵게 솟아오른 푸른 힘줄
검붉게 튀어오르고
궁글려지는 손목
불끈 솟아오른다
본 작품은 금촌의 실제 구두수선공을 소재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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