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삶의 단상-강근숙

일상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무게와 인간으로서 보여지는 삶의 단면을  보여 주고 싶다. 

영원

현재귀하계좌의잔액은영원입니다 찾으실수있는금액은영원입니다   혹시나 하고 두드린 번호판 뒤에서 들려오는 안내 멘트 도시의 뒷골목에는 무서운 가난이 숨어있다 ...

기대지 마시오

  기대지 마시오 기대지 마시오 문산에서 도라산 오가는 열차 문에 나란히 서 있는 글씨 아무리 봐도 내겐, 기대하지 마시오 기대하지 마시오 한다   내 고단할...

봄날

 묶인 발 풀고 나온 연하디연한 몸짓 연초록 사연을 흩는다   흙내음 그득한 뜰에 더운 입김으로 돋아난 목숨   숨겨둔 말들 안으로만 삭히며 ...

가슴으로 살자

   시끄러운 세상 보고 듣고 싶지 않아 머리 떼어 버리고 천년 세월 가슴으로 사는 목 없는 부처님   말로선 다할 수 없는 사연 깊은 정적 묻어놓고...

살촉에게 묻다

  비 개인 가을 날 영집 궁시박물관 뜨락에 아득한 시대에서 말 달려온 궁사들 주몽의 후예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과녁을 향해 살을 먹인다   줌손은 태산...

거리에 앉은 남자

  사람들이 길 비켜주는 숭례문 앞 삼성프라자 건물 아래 한 남자가 비스듬히 누웠듯 앉아 있다 언제나 그 자리, 북데기 단 같은 모습 싱싱한 삶의 바다에서 ...

물 속에 꽃

     저문 하루 벽초지 수목원 연산홍이 활활 타고 있다 그 누구의 열화인가 저리 타는 불사름   파문 없는 호수 세월 비켜선 바위, 그 아래 ...

술 속에 꽃

     질척이는 오후 손금 따라 걷다가, 길 위에서 맨몸으로 만난 그대 솔직하고 입 무겁고 속 넓은 그대와 눈 맞아 정분났네   변함없는 열정 십...

줄 위에 서다

    다른 길은 없다 잡을 것 하나 없는 외줄 위에 올라서서 중심을 잡느라 숨 고르는 남사당 앞은 구만리 발아래 아찔하다   어차피 가야하는 인생...

요란한 봄날

-강근숙 - 시린 땅 뚫고 나와 햇살에 앉은 연둣빛 꼬맹이들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 흐드러진 사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명의 계절   삽시간에 먹장구름 몰...